
챠우챠우
니노미야 카즈나리 X 사쿠라이 쇼
오늘도 더웠다. 정말 말 그대로 찌는 듯한 더위에 내가 만두인지 만두가 나인지 모를 괴상한 호접지몽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땀으로 끈적해진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개같은 여름, 더워 죽을 것 같은 이 계절은 작년 7월부터 올해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5월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책상 속 아무렇게나 집어넣은 교과서, 문제집과 함께 썩어가는 성적표의 냄새를 무시하고 기지개를 폈다.
자습 시간이라도 다들 더위에 지쳐 책상과 한 몸이 되어있었다. 다들 열사병인가, 하긴 에어컨도 없이 여기 쳐박혀 있으면 그렇겠지.
하품을 두어번 하고 눈곱을 떼었다. 몇 달째 인쇄되는지 모를 장기 여름 주의 대책 안내문이 뜨거운 바람에 교실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 여름이 10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결국 아오모리 현의 사과 농사 작업이 중지되었습니다.
이번 23차 대책 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사실로는... ”
길게 늘어지는 여름 햇살, 비가 올런지 습습한 공기와 어렴풋하게 들리는 라디오 소리에 정신이 멍해졌다. 여름이 벌써 몇 달째인가. 이상기후라 말하기엔 도가 지나친 하늘의 장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시민은 그저 땀으로 젖은 티셔츠를 갈아입으며 이젠 전기값이 아깝다며 나오지도 않는 에어컨을 바랄 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정말 자연스럽게 언젠가부터, 여름의 시간이 흐르지 않게 되어버렸다. 전 세계는 당연히 떠들썩해졌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재앙이라며 비판하는 환경운동가들이나 혀를 굴려가며 별별 효과를 다 내세운 과학자들이나, 신이 노하셨다며 눈을 뒤집어 까며 절을 하는 멍청이들 덕에 지구는 꽤나 그럴 듯한 아포칼립스 세계를 맞이한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이었다. 결국 불쾌지수가 조금 더 올라간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질 게 없었다.
달라질 게 없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절망적인 더위를 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 니노, 더워? ”
물론 온도고 뭐고 땀 한 방울 안 흘리며 묻는 너는 불쾌함 따위는 없어보였다. 없을 뿐만이냐, 내 불쾌함마저 사라지게 하는 얼굴로 읽던 책을 덮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날씨 덕에 흐물흐물해진 얼굴은 홍조가 그렇게 티나진 않을 듯 해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끼익거리는 의자를 끌어 몸을 돌리고 뒷자리의 네 책상에 팔을 얹은 채 턱을 괴었다.
“ 뒤지겠어. ”
“ 하하, 부채 부쳐줄까? ”
“ 그걸로는 택도 없네요. ”
그런가? 넌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얇은 파일을 책상 속에 넣고 의자를 끌어당겼다. 한 순간 가까워진 코와 코의 거리에 움찔하며 살짝 몸을 떨었지만 다행히도 넌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머쓱한 마음이 어색해 괜히 말을 돌리려 책으로 시선을 뻗었다. 가지런히 책갈피를 꽂아둔 책의 제목은 시험이 막 끝나고 읽는 책치곤 꽤나 독특해보였다.
“ 에티카? ”
“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난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
“ 스피노자 아냐? ”“ 그 사람이 쓴 거야. ”
아 그래? 전혀 관심이 없는 주제에 즐겁게 얘기하는 네 모습만을 위해 귀를 기울였다. 정말 엿같이 찐득하고 기분 더러운 계절에 오직 너만이 눈에 띄었다. 닿기만 해도 살인이 일어날 지경인 세상에서, 널 보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은 감정이 네 눈과 맞닿자
괜히 심장이 뛰었다.
“ 신이라는 게 절대 무한한 존재로 하나 하나가 무수히 많은 속성을 가지고 있대. ”
“ 뭔가 되게 어려운 말이네. ”
“ 그러게, 어렵지만 많은 생각이 들어. 무한한 존재, 그렇게 따지면 이 여름도 신일 수 있다는 걸까. ”
“ 모르지. ”
여름, 여름이 신이든 뭐든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네 복잡한 표정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하니 괜히 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쩐지 마음이 불안했다. 햇살이 점차 잦아들며 하늘이 흐려지며 조금씩 온도가 내려가는 듯 했다. 그와 반비례하는 것처럼 밝아지는 네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쩐지 여름과 함께 네가 점점 투명하게만 보였다. 네가 입을 열기 전 다급해진 손목을 잡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듯 깨끗하고 가느다란 손목이 잡히자 네 눈이 보였다.
여름을 담은, 이상한 열림.
“ 있잖아, 만약 내가 여름을 끝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
“ 무슨 소리야? ”
“ 글쎄. ”
쿡쿡 웃으며 네가 내 손에서 손목을 뺐다. 신이라는 존재가 날 바란 거야. 어색함이 한 점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부드럽게 풀린 손과 멍해지는 정신이 낯설었다. 그래서 이 여름을 끝나게 해줄 테니까 나와 함께 떠나자고 청했다면, 떨어지려는 고개를 쳐들고 책상을 짚어 널 바라봤다. 그랬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을 펼쳤다. 내가 있어선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거야.
책갈피가 바닥에 맥없이 떨어졌다.
“ 넌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면 어떨 것 같아? ”
“ 쇼쨩... ”
“ 난 네가 보고 싶을 것 같아, 니노. ”
네가 손을 흔든 아지랑이가 일렁이며, 정신은 아득한 곳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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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교실에서, 해가 쨍하게 세상을 비추었다. 마치 여름의 마지막을 알리는 화려한 피날레처럼, 얼마 안 돼 멸망할 세상을 마주한 공룡들에게 보인 마지막 풍경처럼, 여름이 밝아왔다. 그리고 그 온도를 느낄 새도 없이 발이 먼저 움직였다. 책상과 의자를 쓰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깨어나 온전히 보이지도 않는 교실을 휘청거리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피하고 맞고 떨어뜨리며 문을 잡고 나갔다. 나가서, 달렸다. 어딘지도 모르는 너를 보기 위해, 꿈같은 여름밤을 달렸다.
태양이 뜬 밤을 달렸다.
마치 FPS 게임처럼 세상이 움직였다. 날 둘러싼 세상이 그림 속 풍경처럼 지나가며 순간이 바뀌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왜 달리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자리에서 오직 아까운 건 시간뿐이었다. 시간이 아까워서, 그런 궤변도 없었다. 그래도 그 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아쉬운 건지, 이 앞으로 달려가면 과연 네가 있을지.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없었지만. 여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속도를 높였다.
“ 헉, 으헉...헉,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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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서 말해야 하는데,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너에게 가야 하는데. 메마른 입에 공기만 스쳐지나가며 호흡이 더 가빠졌다.
죽일 놈의 날씨, 시퍼런 하늘이 엿같이 쨍하게도 내리쬐어 구역질이 나왔다. 땀이 비 오듯 흘러 눈이 따가웠다.
땀 냄새와 비가 올 것만 같은 찐득하고 텁텁한 공기 사이로 네 향이 나는 듯 했다. 선크림이 녹아내려 은은하고 달콤한 네 향기.
지옥 같은 더위를 뚫고 내게 다가오는 바람, 네 향기에 눈물이 나는 듯 했다. 얼룩진 얼굴은 이미 몰골이라 부르기도 과분했고 갈라 비틀어진 입술은 쉴 새 없이 널 불렀다. 그저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 너를 불렀다. 쇼, 사쿠라이 쇼, 쇼. 한 글자 한 글자가 사랑스러운 이름을 닳도록 외쳤다, 닿도록 외쳤다. 닿을 리 없는 그 이름은 그저 허공에 작게 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온 세상을 다 담고도 남을 투명하고 다채로운 눈동자가 힘없이 툭 떨어지는 계절에, 결국 마주칠 것은 절망뿐이었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미 이성을 잃은 다리는 그저 앞을 향해 맥없이 관절을 꺾고 있었고 개처럼 헥헥거리며 가빠진 가슴은 금방이라도 쇼크사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멈추지는 못했다. 물리의 오작동인지 지랄하는 마음에 대한 반동인지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이는 다리는 그저 달렸다.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것이 맞았다. 네가 내게서 멀어지려 하고 난 널 봐야만 하는데, 그렇담 내가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 답이었다. 정답이라 할 수 없는 오답, 하지만 너에게로 가는 번호였다.
“ 전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며... ”
“ 역사상 최대 기온을 오늘... ”
“ 전국민 여러분들은 외출을 자제... ”
이제 어디가 어떻게 되는 건지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이 멍해졌다. 눈앞이 뿌옇게 달아오르고 아지랑이는 진즉에 내 속에 번져있었다. 전신이 땀과 함께 섞여 개같은 태양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내가 달리는 건지 내 다리가 날 얹고 기어가는 건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냥 여기서 주저앉아 쉬고 싶었다. 머리도 어지럽고 더워 죽겠고, 쉬고 싶어. 앉고 싶어. 쓰러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물 한 잔만 마셨으면... 달콤한 생각이 계속 날 꼬드겼다. 당장 멈추라고, 그만두라고.
솔직히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이렇게까지 해도 네가 보이지 않는 건 결국 너와 내가 운명이 아닌 거야.
나는 할 일을 다 했어. 다리가 후들거렸다. 눈 앞이 캄캄했다. 그리고 서서히 눈이 감기려 하는 순간, 옅은 향기가 코를 스쳐갔다.
[ 난 네가 보고 싶을 것 같아, 니노. ]
“ 시발. ”
시발, 시발, 개같은 시발. 한 발자국마다 욕이 나왔다. 쉴 새 없이 욕을 내뱉으며 다리가 다시 움직였다. 시발, 시발. 기분이 더러웠다. 이 정신 나간 더위 속에서 땀과 하나가 되어가며 녹아가면서도 그 얼굴 하나 보겠다고 지랄하는 내가 참 같잖았다. 여름만 되면 에어컨의 가호를 받으며 엎드려 게임만 쳐하던 약골이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날 죽어라 뛰고 있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실소가 나왔다. 사람이 너무 힘들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고들 한다,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원래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지,
도저히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중 제일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역시 네 앞에선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여유 있는 척 웃을 자신이 있는 니노미야 카즈나리, 이 병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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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면 넌 어떨 것 같아? 책을 읽던 네 모습이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그 때 무슨 말을 했어야 했을까.
어떤 말이 널 기쁘게 할 수 있었을까. 어떤 행동이 내게서 널 앗아가게 했던 걸까. 더 이상 들 생각이 없을 만큼 많은 것을 고민했다.
더 이상 쓸 글이 없을 정도로 너를 떠올렸다. 그렇게까지 달리고, 외치고 떠올리고 부르고 달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널 사랑해왔구나. 그 당연한 사실을 읊조리니 그제야 입이 열렸다. 너에게 하고픈 말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야만 했다. 작은 다짐은 발돋움이 되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면, 네게 말해야 해. 널 사랑한다고, 이 개같은 무더위가 날 죽이려드는 여름에도 기꺼이 네게 아이스크림을 넘겨줄 수 있고, 존나게 추운 겨울에도 패딩을 덮어줄 수 있다고. 고전적인 표현이지만 널 그만큼 사랑한다고.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네게 가야만 한다. 네게 말해야만 한다. 내 여름의 끝과 시작은 너라고. 그러니까 끝내는 것도 나지, 네가 아니라고. 사쿠라이 쇼,
내 여름은 너야. 그리고 이 여름은 끝나지 않아. 끝내지 않을 거야. 땀이 온몸을 적셨다.
흥건해진 티셔츠를 늘려 이마를 대충 닦고 다시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심장의 박동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러다가 죽는다고, 정말로 죽을 듯이 심장이 괴성을 지르고 있었지만
아득한 아지랑이로 뒤덮힌 여름에선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계속 달렸다. 소리를 듣고 싶어서.
“ 니노. ”
발이 자동으로 멈췄다. 발을 멈추고 숨을 쉬니 느껴졌다. 은은한 향기, 개같은 날씨에서도 늘 설레게 했던 그 향기.
발을 멈추니 눈앞이 보였다. 숨이 쉬어지고, 네가 보였다. 네가 보여서, 숨을 쉴 수 있었다.
“ 니노. ”
“ 쇼쨩. ”
그러니까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었다. 한 걸음 다가가 쓰러지듯 네게 안겼다. 네 달콤한 향기와 땀 냄새가 섞여 코가 아른거렸다.
녹아내린 얼굴이 흉측했겠지만 망설임 없이 네게 안겼다. 널 놓치지 않게, 세게 끌어안았다.
“ 니노. ”
“ 알아. ”
타이르듯 말하는 대사를 자르고 눈을 떴다. 네가 보였다, 두려울 게 없었다.
“ 끝내지 마. ”
“ 니노, 제발... ”
“ 끝내지 마, 쇼쨩. 영원히 살자. ”
나는 이 여름이 끝나지 않아도 괜찮아, 영원히 끝나지 않아도 괜찮아. 더워도 매일같이 비가 와도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돼.
눈물이 네 어깨를 적시고 흘렀다. 짠맛에 느껴지는 혀 사이로, 네 향이 스며들었다.
“ 영원했으면 좋겠어. 여름도 너도, 시발, 그냥 끝내지 말고, 함께 살자. 여름 좋잖아, 매일같이 부채질만 하다가 학교가 끝나면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바꿔먹자. 너무 더우면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러다 잠들면 또 밤이 오니까 시원할거야.
응, 그렇게 살자. 그냥 그렇게 영원히 살자. 여름이 끝나는 게 뭐가 대수야, 시발,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내가 죽여버릴게.
신이고 뭐고 전부 패버릴 테니까, 여기까지 존나게 달려왔어. 죽을 것 같았어. 그렇게 달려오면서 생각했어, 못 할 건 없더라.
그러니까 못 하는 건 없어. 네가 사는 것도, 이 세상이 굴러가는 것도. 내가 널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는 거야.
나는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널 사랑할거야. ”
내 눈물인 줄만 알았는데, 또 다른 맛이 났다. 네가 둥글고 커다란 눈에 눈물을 매달고 웃고 있었다. 아주 예쁘게 웃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너무 아름다워서 아팠다. 무언가 이상했다.
“ 니노, 우린 영원할거야. ”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서서히 눈 앞이 캄캄해졌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굴레 속에서 널 향해 손을 뻗었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은 너를 꼭 안았다. 죽을 힘을 다해 널 안고, 죽어도 놓지 않을 것처럼 사랑했다.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신이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결국 네 목소리였다.
“ 내가 널 사랑하는 것처럼. ”
세상이 천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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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지긋지긋한 침대 위였다. 또 게임을 하다 곯아떨어진 건지 손에는 게임기가 소중하게 들려 있었다.
아침부터 시끄러운 뻐꾸기 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창문밖엔 단풍이 피어있었다. 가을이구나,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 여름도 훅 지나갔네. ”
이상하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또 게임하다 염좌에 걸렸나. 아닌데, 어젠 엎드려서 했는데. 기묘한 일이네. 하품을 하며 눈물을 닦았다. 오늘따라 또 눈이 쓰라렸다. 뭐, 그래도 다행인 게, 오늘은 그다지 덥지 않았다. 올해의 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