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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

101030 아라시니시야가레 中 '카와구치 호수 살인사건'

컨트롤러 X 돈다케

연애라고 하면 응당 적절한 수순이 있는 거 아닌가? 뭐, 적어도 컨트롤러의 머릿속에 있는 연애는 그랬다. 서로 호감을 쌓고 그 호감들이 모여 애정이 되고 애정이 사랑이 되는 그런 거. 아아 실제로 그런 연애를 해왔다는 건 아니고. 그냥, 간접경험. 주변 사람들은 컨트롤러가 연애 같은 것에 관심이 아예 없을 것이라고 재단하곤 했지만 또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뭐 나름 연애에 대한 환상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은 많다고. 다만 그 관심이 컨트롤러 안에서만 끝이 나버려서 그 이상으로 발전된 적이 없었을 뿐이다.

아무튼. 그런 컨트롤러의 모든 경험들을 깨고 훅 다가온 것이 돈다케였다.

 

적절한 수순? 그런 건 없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컨트롤러를 ‘못난이’라고 지칭하며 볼을 콕콕 찔러오는 일이 종종 있긴 했지만 그게 호감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도 그럴게 돈다케의 ‘못난이’는 이곳에 여러 명인걸. 같은 팀에 소속된 이들도

전부 돈다케에겐 못난이였다. 못난이 1, 못난이 2, 못난이 3, 못난이 4. 처음엔 멀쩡한 이름 놔두고 왜 못난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이젠 다들 해탈했다. 오죽하면 돈다케의 같은 ‘못난아~’ 소리에도 미묘한 억양 차이를 캐치해내서 해당되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곤 한다니까. 익숙해진다는 건, 참 신기했다.

 

 

“못난아. 그 수화기 좀 어떻게 버릴 순 없어?"

“......네.”

“막막, 급해 죽겠는데 수화기가 없으면 어떡하게? 그럴 때도 수화기 없다고 입 꾹 닫고 있게?”

 

 

여느 때처럼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머리와 옷을 확인하던 돈다케가 컨트롤러에게 말을 걸었다. 딱히 컨트롤러의 수화기 사랑을 지적한 적 없던 돈다케였지만 오늘은 왜인지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컨트롤러는 귀에 대고 있던 수화기를 그대로 전화기에

내려뒀다. 컨트롤러 나름의 의사표현이었다. 노코멘트. 그 모습을 캐치해 낸 돈다케가 고개를 살살 저었다.

돈다케의 고갯짓에 맞춰 새로 걸린 귀걸이가 흔들렸다. 돈다케의 취향을 여실히 보여주듯 크고 반짝였다.

 

다른 팀에서는 사실 돈다케를 보며 쑥덕거리기 바쁘다. 뭐, 남들 눈에 그렇게 정상으로 비춰지기 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남자임이 분명한데 금발 가발에 치마에 스타킹에 구두까지. 아주 처음 돈다케가 출근했을 땐 서 전체가 발칵 뒤집혔었다.

대체 이런 애가 어떻게 뽑힌 거냐고 다들 말이 많았지. 그런 우려의 목소리들을 무시라도 하듯이 돈다케는 실력으로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교묘한 트릭을 쓰며 경찰을 농락하던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단서를 찾아낸 것이 바로 돈다케였으니까. 뭐, 여전히 뒤에서 그에 대해 입을 터는 인간들은 많았지만 적어도 돈다케는 그것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으니 됐다.

컨트롤러가 나서서 뭘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컨트롤러? 컨트롤러에게 돈다케는 조금 신기한 존재였다. 가발이니 화장이니 향수니 전부 컨트롤러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뿐이니까. 딱 그 정도였다. 여태 본 적 없는 새로운 타입의 사람. 그래서 사실 접점 따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단단히 틀렸다. 마침 비어있던 컨트롤러의 옆자리는 돈다케의 차지가 되었고 그 덕에 컨트롤러는 돈다케의 관심을 피할 수가 없었다. 우선은 컨트롤러가 선배이긴 했으니 이것저것 물어오는 것도 그렇고 본인이 심심하다 싶으면 컨트롤러의 볼부터 찔러 댔으니까. 쪽팔려서

아무에게도 말 못할 사실을 고백하자면, 사실 돈다케가 볼을 찔러오는 행위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니 생각을 해봐라. 여태 남과의 교류가 지극히 적었던 컨트롤러에게 스킨십이라니, 상상 이상으로 큰 두근거림이란 말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손도 그렇고, 훅 다가온 덕분에 코 끝에 맴도는 향수 향도 그렇고 컨트롤러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것들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 지 돈다케는 그저 어머, 못난이 너 볼 되게 말랑말랑해. 귀엽다. 라며 꺄르르 웃어보였을 뿐이다.

 

착각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컨트롤러는 그 작은 스킨십 하나로 벌써 오만가지를 다 상상했다. 빨개진 얼굴을 감추느라 모자를 더

깊게 눌러 쓴 다음 애써 일에 집중하는 척을 했지만 개뿔이. 집중이 되겠냐고. 누군가와의 교류에 서툴렀던 컨트롤러에겐 그 한 번의 볼 찌름이 어마무시하게 큰 자극이었다. 그 자극이 주는 착각의 꼬리는 아주 길고 길었다. 와, 진짜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다는 게

그냥 노랫말이 아니라니까.(금방 돈다케와의 결혼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 못난이라는 지칭어도 한 몫 했다.

못난이라는 그 단어가 통통한 애인을 보고 우리 돼지♡ 라고 부르는 것마냥 애칭인 줄 알았던 거지, 컨트롤러는.

그래서 매체로나 접하던 연애를 실제로 할 수 있게 될까? 하고 한껏 기대해버렸단다. 아니 왜, 은근 초식남이 취향인 사람들이

간혹 있잖아 그것도 꽤. 돈다케의 취향도 이런 쪽인 걸 수도 있고..!

 

물론 이 기대감으로 잔뜩 부푼 마음은 곧 빵 하고 터져서 갈기갈기 조각이 났다. 저어기 맛쵸준이 아령을 들고 팔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못난아 너 몸 좀 괜찮다! 하며 팔 근육에 살짝 손을 대는 걸 봐버린 그 순간에. 그 뿐인가.

영어를 씨부리며 돈다케에게 인사를 건네는 캘리포니아 쌀에게도, 껄렁대며 들어와 껌을 씹던 스크럼블 교차점에게도 못난이라고

지칭하는 걸 보고 나니 볼 한 번 찔린 거가지고 온갖 상상을 다 해버린 제 자신이 너무 창피해졌더란다.

자연스럽게 그 이후로 돈다케 앞에서는 더 소심한 면모를 자랑하게 되어버린 건 덤이고.

 

하지만 소심해진 건 소심해진 거고. 돈다케는 여전히 못난아, 못난아 라고 부르며 컨트롤러를 콕콕 찔러댔다. 그럴 때마다 컨트롤러가 얼마나 열심히 속으로 이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일 것이라고 되뇌었는지 모른다. 아주 고문이었다, 고문.

어설프게 기대감만 잔뜩 가지고 있다가 혼자 실망해서 소심해져 놓고는 또 이렇게 돈다케에게 휘말리는 꼴이라니.

컨트롤러에게 돈다케는 정말 너무 위험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

 

 

“못난이~”

“...!!!”

 

 

와 정말 심장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늘 그렇듯 쿡쿡 찌르는 돈다케에 고개를 돌렸더니 그의 얼굴 한 쪽이 피투성이인 것 아닌가. 칼로 베인 것 같은 상처에 얼굴 곳곳에 자잘하게 난 상처 덕에 컨트롤러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수화기를 잡을 생각도 못한 채로 벙 찐 채로 돈다케의 상처를 바라보는 컨트롤러에 돈다케가 깔깔 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분장이야, 분장. 못난이 너 이런 거 되게 약하구나?”

 

 

분장? 이제 보니 피는 흐르지 않은 상태였고 여느 때보다 돈다케의 화장도 짙었다. 살짝 휘어져 있는 눈꼬리에 아이라인이

곧게 뻗어있었고 웃느라 잔뜩 신이 난 두 입술은 평소보다 아주 붉었다. 아니 근데 웬 분장?

여전히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는 컨트롤러에 돈다케가 손가락을 들어 컨트롤러 책상 위에 있는 달력을 가리켰다.

10월 31일.

 

 

“에. 설마 진짜 몰라? 오늘 할로윈인데?”

 

 

애써 분장하고 왔더니 할로윈에 진심인 건 자기 뿐인 것이냐며 툴툴거리던 돈다케에 컨트롤러가 그제야 겨우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서양 축제를 굳이 저희가... 챙겨야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어머, 못난아. 아마 오늘 저녁부터 아주 난리도 아닐걸? 술집이나 클럽에 다들 할로윈 파티 하러 모일 텐데.

헤에. 우리 못난이는 한 번도 이런 거 해본 적 없구나?”

 

 

샐쭉 웃은 돈다케가 자신의 분장을 확인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휙 돌려 컨트롤러를 향해 눈을 빛냈다.

그럼, 오늘 한 번 구경하면 되겠다!

 

 

-

 

 

컨트롤러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할로윈을 즐겨보지 못한 것이 말이 되냐며 기어코 퇴근 후에 저를 할로윈을 만끽하느라 여념 없는

젊은이들 사이로 끌고 간 것부터 기가 아주 쫙 빠졌는데 도착한 술집에서 아주 거하게 취해버린 돈다케 덕분에. 취해서는 자꾸 컨트롤러의 볼을 두 손으로 쥔 채 놔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아서 컨트롤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제 집으로 들였다. 일하는 사람들은 절대 들인 적이 없는 제 집이었건만 이렇게 돈다케가 그 규칙 아닌 규칙을 깨버린다. 어찌저찌 침대에

눕히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문제는 얼굴의 분장이었다. 정말 식겁할 정도로 분장을 잘 해뒀는데 이러다가 한 번 뒤척이기라도 하면

컨트롤러에겐 이불 빨래라는 버거운 미션이 하나 더 생길 게 뻔했다. 작게 한 숨을 쉰 컨트롤러가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었다.

 

 

“......저기, 돈다케 씨.”

“우음-.”

“돈다케 씨? ......일어나서 얼굴 분장을 좀 지워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하지만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옆에서 누가 속삭인다고 눈을 뜨겠는가. 결국 머뭇거리던 컨트롤러가 돈다케를 흔들어서야 돈다케의 눈이 스르륵 떠졌다. 눈을 깜빡이며 컨트롤러를 빤히 바라보던 돈다케가 만사 귀찮은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컨트롤러는 정말 울고 싶었다. 하지만 이 지친 몸으로 더러워진 침구를 치우는 건 더 못할 짓이었다. 결국 컨트롤러는 전화기를 내려 두고 양 손으로

돈다케를 일으켜 세웠다.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이어야 할 곳에 누군가가 들어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컨트롤러에겐 충분히 힘들었다.

 

겨우겨우 화장실에 돈다케를 들여보내는 것에 성공한 컨트롤러는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이 엄청난 분장을 지워야 할 방법을 도통

모르겠으나 일단 물이라도 끼얹으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엉거주춤 돈다케를 욕조에 앉혀두고 상처 분장에 손을 댄 컨트롤러는 일단 손에 잡히는 휴지 같은 것부터 천천히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돈다케의 눈이 다시 떠졌다.

 

 

“어쭈, 못난이. 이거 지울 줄 알아?”

“......”

“뭐야. 왜 말을 안 해? ...아, 그 놈의 수화기.”

“......”

“흐흐, 너 지금 표정 되게 웃기다? 아아, 놔 봐. 내가 할 게. 너 이거 못 하잖아.”

 

 

꾸물꾸물 욕조에서 몸을 일으킨 돈다케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얼굴의 분칠들을 하나하나 지워갔다. 클렌징 제품이 하나도 없는 탓에 비누로 빡빡 문질러야 했지만. 겨우 화장을 지워낸 돈다케가 끙 소리를 내며 욕조에 다시 걸터앉았다. 만사 귀찮긴 한 모양인지 거친 손놀림으로 그대로 제 가발을 휙 벗어던지는 돈다케에 컨트롤러는 저도 모르게 숨을 럭, 하고 들이켰다. 금발의 가발에 가려져 있던 검은색 머리카락들이 스르륵 흘러내려왔기 때문에. 자신의 본래 머리를 손으로 헤집으며 대충 정리를 하는 돈다케의 모습이,

생각보다 더 위험했다. 컨트롤러는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진 것 같았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여느 때보다 착 가라앉은 돈다케의

목소리와 늘 봐오던 금발의 머리가 아닌 흑발의 짧은 머리가 낯설었다. 돈다케가 손을 들어 귀에 걸려있던 치렁거리는 귀걸이를 뺐다. 그리고 다리를 감싸고 있던 스타킹도 천천히 잡아 내렸다. 돈다케가 걸치고 있던 것들이 하나 둘 씩 없어지는 것을 똑똑히

두 눈에 담고 있던 컨트롤러가 침을 꿀꺽 삼켰다. 돈다케의 시선이 컨트롤러와 맞닿은 것도 순식간이었다.

 

돈다케의 입 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컨트롤러의 잔뜩 긴장한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술에 취하기는 무슨.

어찌나 눈치가 없던지 집에 발 들이기가 이렇게 어렵다, 어려워. 답지도 않게 술 약한 척을 해가며 취한 척, 쌩 쇼를 해가며

겨우 사적인 공간을 침범했다. 이제부턴 굳이 술 취한 연기를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없다 이거였다.

 

잠시 컨트롤러를 바라보던 돈다케가 몸을 일으켰다. 컨트롤러가 급히 시선을 바닥으로 돌렸다.

 

 

“못난이. 나한테 줄 과자 없어?”

“......”

“없어? 할로윈인데?”

 

 

조금씩 컨트롤러에게 다가오는 돈다케에 컨트롤러가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도망가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밀릴 대로 밀려

침대에 발이 걸려버린 컨트롤러가 그대로 침대에 주저 앉아버리고서야 돈다케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대로 컨트롤러의

무릎 위를 타고 올라앉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선을 피하는 컨트롤러에 돈다케가 그의 두 뺨을 잡아 저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모자와 안경을 벗겨내자 컨트롤러의 동공이 크게 요동친다. 아 어떡해, 우리 못난이 너무 귀엽다.

 

 

“과자는 없으니까, 이제 장난 칠 차례네?”

 

 

돈다케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호롱달] @horong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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