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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so Treat

실연 쇼콜라티에 X 착한 아이의 친구

코유루기 소타 X 스즈키 타이요

“그러니까, 그게 고민이에요. 타이요 씨가 생각하기에 단호박 초콜릿 파이가 낫겠어요,

아니면 호박 모양으로 만든 초콜릿이 낫겠어요?”

“아아, 어쩐다. 둘 다 맛있어 보이는데. 디자인도 엄청 예쁘고…….”

“둘 다 상품으로 만드는 건 어려워요. 박쥐 모양 초콜릿을 이미 상품으로 내기로 해서 그거 개발에도 시간이 들어가거든요.”

타이요는 제 머리를 헤집으며 소타가 내민 스케치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오른쪽에는 흰 크림이 예쁘게 올라간 파이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귀여운 호박이 장난스럽게 웃는 모양의 초콜릿이 그려져 있었다. 타이요는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깊게

고민했지만 답은 도통 나오질 않았다. 타이요는 이렇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어느 쪽이냐 하면 둘 중 무엇도 고르지 못하고 결국 둘 다 해버리는 쪽에 가까웠으므로. 

소타는 카페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미간에 손을 얹었다.

“둘 다 만들고는 싶은데요. 제가 저번에 무리해서 일을 진행하다 쓰러진 적이 있어서…….”

“쓰러지셨었다고요?”

타이요의 경악 섞인 물음이 카페 안을 채웠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사람들이 흘끔흘끔 타이요를 쳐다보았고,

 타이요는 머쓱한 듯 몸을 움츠리고 다시 스케치북에 시선을 고정했다.

소타는 깊은 고민에 빠진 타이요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서 스케치북을 가져갔다.

“역시 다시 가게 사람들이랑 이야기해보려고요. 혹시 제 3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아, 잠깐만요!”

타이요는 소타의 손에 들린 스케치북을 다시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고, 스케치북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가리켰다.

“이 호박 초콜릿이, 이 파이 위에 올라가 있으면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그러면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겠네요. 그러면 안 되겠다. 아하하…….”

타이요는 멋쩍은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뒷머리를 긁적였다. 코유루기 씨의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타이요는 서점에서 요리 데코레이션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도 사서 공부해야 하나 하고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했으나

이내 지워버렸다. 소타는 놀란 얼굴로 한참 타이요를 바라보다가 타이요의 손을 덥썩 잡았다.

“제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정말 감사해요. 제가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소타는 다급하게 짐을 챙겨 바로 카페를 나섰다. 머릿속이 흘러 넘치는 아이디어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가게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가득찼기 때문이었다. 타이요는 멀리 사라져가는 소타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다가 제 앞에 놓인 빨대로 키위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빨대를 타고 올라온 과육이 입 안을 달콤하게 가득 채웠다. 타이요는 과육을 오물오물 씹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코유루기 씨 손, 생각보다 더 큰 편이네. 타이요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길게 꾹 감고 떴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네. 이상하다,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뭐지, 나 아픈가봐. 소타는 쉬지 않고 달려 가게 안으로 들이닥치듯 들어갔다. 곧장 주방 문을 벌컥 열어젖힌 소타가 다급하게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 사람 놀라게 뭐냐는 마츠리의 타박에도

대답 없이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소타는 테이블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숨을 한 번 고른 뒤 손을 씻고 초콜릿을 녹이기 시작했다.

초콜릿을 섞고 식히고 모양을 내는 소타의 손은 능숙하고 빨랐으며, 눈은 생기있게 빛나고 있었다.

소타의 머릿속에 상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파이를 한 입 먹자마자 행복하게 웃는 타이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환한 얼굴.

소타는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지었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돼, 그저 나를 잊지 못했으면 좋겠어. 잊지 못해서 계속 찾아왔으면, 좋겠어. 소타는 초콜릿을 냉장고에 넣으려다 손을 멈췄다.좋아하지 않아도 돼?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좋아해줬으면 하잖아. 내가 지금 타이요 씨를 생각하는 만큼, 타이요 씨도 나를 생각해주길 바라면서.문이 닫히지 않은 냉장고가 삑삑 경고음을

토해냈다. 소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냉장고에 초콜릿을 넣은 뒤 마른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많이 좋아했고, 그만큼 많이 상처받았고, 그토록 많이 힘들었으면서. 나는 또 왜 멍청하게, 어째서 이렇게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걸까.

소타는 냉장고 문을 한참 손으로 짚고 있다가 몸을 돌렸다. 당신에게도 상처받게 되면 나는,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남은 생을 보내게 되는 걸까. 하지만 당신을 보고 있으면 저 사람에게는 몇 번이고 상처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몇 번이고 난도질당해도 다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같다. 나는 그때와 똑같구나. 하나도 성장하지 못했구나.

소타는 주방 바깥으로 나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소타는 표정을 약하게 찡그린 채 뒷머리를 헤집었다. 

이래서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하고 싶지 않았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타이요가 답지 않게 저녁을 한 그릇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주인 아주머니가 타이요를 붙잡았다. 가라아게가 맛있게

튀겨졌는데 먹어보겠냐는 물음에타이요가 기운 없이 고개를 내젓자, 아주머니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졌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오늘 이상해. 밥을 한 그릇만 먹질 않나. 자, 무슨 일 있으면 주저 말고 털어놔. 상담해줄 테니까.”

타이요는 한참 주저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불쌍한 강아지 같은 얼굴로 아주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심장병이 생긴 걸까 싶어서…….”

“심장병?!”

아주머니의 심각한 외침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한 번에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아주머니가 닦던 그릇마저 내려놓고 타이요

옆에 달라붙자, 주변사람들이 하나둘 타이요 옆에 보였다. 타이요는 모여드는 사람들을 휘 둘러보다가 다시 한숨을 크게 쉬었다.

“심장병이라니, 타이요.”

“자세히, 자세히 말해봐.”

주인 아저씨와 슈조가 타이요를 닦달했고, 주인 아주머니도 어서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요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쉰 뒤 입을 열었다.

“오늘 말이에요.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갔거든요. 카페에서 그 사람 고민을 들어주다가 제가 뭔가 의견을 냈는데,

그 사람한테 도움이 됐나봐요.제 손을 덥썩 잡고 인사한 뒤에 바로 나가셨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심장이 쿵, 하고 아프더니 엄청 빨리 뛰는 거예요. 그래서, 문제가 생겼나보다 했죠.”

타이요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인 아저씨가 다급하게 물었다.

“예전에도 그렇게 심장이 아프고 빨리 뛴 적이 있었어?”

타이요는 고개를 약간 들고 손바닥을 검지로 두드리며 기억을 천천히 되짚었다. 이윽고 타이요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자

타이요를 둘러싼 사람들의 표정이하나같이 심각해졌다. 타이요는 제 왼쪽 가슴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더니 손을 내렸다.

“그, 아는 사람이 하는 가게에 가서 인사 나눴을 때도 그랬었어요. 또, 지난 주에도, 이건 좀 약했지만,

아는 사람이 제 칭찬을 해줬는데요.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쿵, 했어요.”

슈조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타이요를 바라보더니, 경찰 제복 옷깃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타이요에게 물었다.

“저, 그 아는 사람이라는 건……?”

“아, 전부 같은 사람이야.”

타이요의 한 마디에 사람들이 탄식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그 중 가장 크게 탄식한 슈조가 타이요의 옆자리에 앉았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흩어지는 사람들을 보던 타이요가 슈조에게 고개를 돌렸다.

슈조는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투로 나긋하고 조곤하게 이르기 시작했다.

“타이요, 그건 아픈 게 아니야. 자꾸 한 사람 앞에서만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갑자기 쿵 하고 아파오고, 열 나는 것처럼 얼굴이 뜨겁지? 그렇지?”

“응, 열 난다고는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슈조는 그걸 모르겠냐, 하고 중얼거리며 타박하는 듯한 눈으로 타이요를 흘겼다. 타이요는 제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만 비죽였다. 슈조는 몸까지 타이요 쪽으로 틀어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야.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이런 걸 남한테, 그것도 너한테 가르칠 거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 했는데.”

“……좋아해?”

타이요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슈조를 돌아보았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아니 세 대쯤 엊어맞은 듯한 얼굴을 한 타이요가 두 손으로 제 뺨을 감쌌다. 그렇구나, 좋아하는 거구나. 나는 코유루기 씨를 좋아하는구나. 타이요의 머릿속에서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문장이 차근차근 정리되기 시작했다. 타이요는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계적으로 잘 먹었다고 인사한 뒤,

사람들의 의아한 낯을 뒤로하고 방으로 올라갔다.타이요에게는 전부 처음이었다. 사랑이나 애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타이요에게 유성같이 갑작스럽게 날아든 첫사랑은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었다. 좋아한다니. 어색하기만 한 단어에 타이요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전부 막연하기만 했다. 이제 소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소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나는 어쩌면 좋을지.

타이요의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물음이 자꾸만 피어났다. 이러는 와중에도 소타를 떠올리면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타이요는 제 왼쪽 가슴을 붙들고 몸을 더 웅크렸다. 타이요는 시험삼아 좋아해요, 하고 작게 말해 보았다.

글자 한 글자 한 글자가 낯설고 어색한데, 동시에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익숙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좋아한다고 속삭이자 돌연 눈물이 왈칵 터질 것 같았다. 타이요는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켜 앉았다.

“내가 왜 이러지…….”

뒷머리를 마구 헤집던 타이요가 제 무릎을 꾹 끌어안고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푹신한 솜이불에 얼굴을 이리저리 문지르던

타이요가 홀린 듯이 좋아해요, 코유루기 씨. 하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번엔 자꾸만 말하고 싶어서, 몇 번이고 말하고 싶어서,

타이요는 솜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몇 번이고 속삭였다. 좋아해요, 코유루기 씨. 정말 좋아해요, 코유루기 씨.

한마디 뱉을 때마다 타이요의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닿지도 못할 고백을 뱉을 때마다 사랑에 대한 확신이 점점 단단해졌다.

의문 한 가지가 사라지자 타이요의 머리에 다른 의문이 박혔다. 그럼 코유루기 씨는, 나를 좋아할까?

타이요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우스워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소리 죽여 조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타이요가 욕실 불을 켜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지.

 

할로윈 일주일 전, 드디어 쇼콜라비에 새로운 상품이 탄생했다. 깨물면 쿠키 앤 크림 초콜릿이 흘러나오는 동그란 박쥐 초콜릿과 우스꽝스럽게 웃고 있는 잭 오 랜턴 초콜릿이 크림 위에 살포시 얹어진 단호박 초콜릿 파이가 테이블 위에서 저마다

먹음직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마츠리가 시제품을 먹자마자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카오루코는 이번 신상품은 무조건 대박을

칠 거라고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호언장담을 했다. 소타는 뿌듯한 얼굴로 시제품을 하나씩 작은 상자에 넣었다.

올리비에가 의아한 눈으로 소타를 바라보았지만 소타는 눈치채지 못한 채 상자를 챙기고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가게를 나섰다.소타는 가볍고 빠른 발걸음으로 해바라기 보육원으로 향했다.

이 시간이면 점심시간일 테니 잠깐 간식을 건네는 건 괜찮겠지. 소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손에 들린 박스를 흘끗 보았다.

보라색과 주황색 패턴 사이사이에 아기자기한 박쥐나 잭 오 랜턴, 유령이 그려져 있고,

그 유명한 ‘사탕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문구가 개구진 폰트로 인쇄되어 있었다.

이걸 건네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을까? 소타는 발걸음을 옮기려다 말고 상자에 다시 한 번 시선을 주었지만,

뭉크의 ‘절규’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유령과 눈이 마주쳐 얼굴을 찡그리고 시선을 거뒀다.

소타가 보육원 대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에서 노는 아이들을 살피던 보육교사가 소타에게 다가왔다.

어쩐 일로 오셨느냔 물음에 소타는 바로타이요 씨를 만나러 왔다고 답했고, 보육교사는 바로 교무실을 안내해주었다.

소타는 그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교무실 문을 가볍게 세 번쯤 두드리고 문을 열었다. 교무실은 늘상 그러하듯 조금

떠들썩한 분위기였으나, 소타의 등장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모든 선생님의 시선이 소타에게로 집중되었고, 

소타는 머쓱한 듯 고개만 까딱여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소타를 알아본 누군가가 쇼콜라비……! 하고 작게 외쳤으나 소타는

머쓱하게 웃을 뿐이었다. 소타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눈으로 훑었지만 어디에도 타이요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타는 의아한 얼굴으로 다시 한 번 사람들 사이를 훑었지만, 역시 타이요는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낀 소타가 저어, 하고 운을 떼자마자 보육사 일동이 동시에 네? 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놀란 소타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소타가 ‘타이요 씨는 안 계시나요?’의 ‘타이’까지 말한 순간 교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먼지를 뒤집어 쓴

타이요가 기운차게 들어왔다. 바로 모든 이의 시선이 타이요에게 집중되었고,

타이요는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다 소타를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코유루기 씨?”

“아, 타이요 씨.”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 정확히 하자면 그 스즈키 타이요가 그 코유루기 소타와 아는 사이인 것에 경악한 보육교사 일동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물론, 소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타이요가 어째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나타난 건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타이요는 앞치마를 손으로 탁탁 털며 천진하게 소리내어 웃었다.

“청소하고 왔어요, 청소. 코유루기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소타는 타이요의 앞치마에 박힌 활짝 웃는 태양을 흘끗 보고는 소리 없이 웃으며 타이요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가게 신제품이에요. 타이요 씨가 도움을 많이 주셨으니 감사인사 차 드리고 싶어서요. 꼭 혼자 드셔야 해요.”

소타는 목소리에 장난기를 섞어 타이요에게 일렀다. 타이요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상자를 들고 있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상자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상자를 끌어안은 타이요가 해사하게 웃었다.

소타는 그 웃음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뒀다. 열이 오른 얼굴을 타이요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홱 돌린 소타의 시야에 마녀 모자가 들어왔다. 소타가 마녀 모자를 건드리자,

타이요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보육교사가 모자를 얼른 가져왔다.

“아, 이게 여기 있었네. 찾고 있었는데.”

“할로윈 행사 용인가봐요?”

“아, 네. 선생님 전원이 할로윈 풍으로 꾸미기로 했거든요.”

“아아, 재미있겠네요. 그럼 타이요 씨도 하는 거예요?”

타이요는 상자를 제 책상 위에 내려놓고 책상 아래에서 하얀 식탁보 같은 천을 꺼내 뒤집어썼다.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유령 코스튬은 타이요와 어울리긴 했으나, 아무리 봐도 유령보다는 테루테루 보즈가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타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지만 타이요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웃음을 꾹 눌렀다.

“짠! 어때요, 코유루기 씨? 괜찮죠?”

“사실대로 말씀하셔도 돼요.”

마녀 모자를 가져갔던 보육교사가 타이요를 흘끔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타이요도 기세등등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한참을 주저하던 소타가 타이요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테루테루 보즈 같아요.”

소타의 솔직한 감상에 타이요가 엑 하는 소리를 냈다. 주변은 와하하 웃으며 그냥 리본을 묶어 테루테루 보즈인 걸로 하자는 둥, 그러게 조금 더 유령처럼 만들었어야 한다는 둥 타이요를 놀리기 시작했다. 타이요는 뒤집어 쓴 천을 벗으며 멋쩍게 웃었고,

소타는 타이요를 따라 웃다가 시계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약하게 탄식했다. 이만 가봐야겠네. 소타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교무실 안의 사람들이 너 나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타에게 인사했다. 소타도 덩달아 고개를 숙여가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타이요는 교무실 문을 여는 소타의 등에 대고 조금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할로윈데이에 가게 들를게요! 초콜릿이랑 파이 어땠는지 감상도 그 날 알려드릴게요.”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타는 나직이 답한 뒤 교무실을 나섰다. 타이요는 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소타가 복도 끝에서 사라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문을 닫고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할로윈 풍으로 꾸며진 상자를 열자 귀여운 박쥐 모양 초콜릿과 잭 오 랜턴 초콜릿이 올라간

파이가 타이요를 반겨주었다. 타이요는 저도 모르게 활짝 웃으며 내용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얼른 상자를 닫고 챙겨 온 도시락을 꺼냈다. 얼른 점심을 챙기고 후식으로 그 박쥐 초콜릿을 먹으려는 심산이었다. 타이요는 허겁지겁 점심 도시락을 비우고 상자를 열어 박쥐 초콜릿을 꺼냈다.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거였지만 소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해줬다는 사실이 더없이 소중해서, 타이요는 얇은 비닐 포장도 벗기지 못하고 얼굴만 찌푸리고 있었다. 막상 먹으려니 먹기가 너무나도 아까운 탓이었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 후에야 먹을 용기가 생긴 타이요가 비닐 포장을 벗기려는 순간, 날랜 손이 타이요의 손에서 초콜릿을 채갔다. 놀란 타이요가 고개를 확 들고 채간 손의 주인을 확인하려 했으나 이미 사람들이 초콜릿을 둘러싸고 있어 당최 누가 그의 초콜릿을 가져간

범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초콜릿을 둘러싼 보육교사들이 들뜬 목소리로 이게 그 쇼콜라비의 신상품인 거냐며, 나눠먹어 보자며 타이요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다급해진 타이요가 안 된다고 사람들을 붙잡았지만, 너는 다른 간식도 있는데 초콜릿 하나 나눠주는 것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매정하냐며 되레 타이요를 타박했다. 타이요는 울상이 되어선 다른 건 몰라도

그 초콜릿은 안 된다며 팔까지 뻗어가며 다시 사람들을 말렸지만 이미 귀여운 박쥐는 네 토막이 나 사람들 입속으로

사라져버린 후였다.초콜릿을 나눠먹은 사람들이 저마다 맛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며 소타의 솜씨와 쇼콜라비를

칭찬하기 시작했지만 타이요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타이요는 이미 벗겨져버린 포장과 네 토막으로 잘린 통에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만 초콜릿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초콜릿을 나눠먹은 교사 중 한 명이 타이요의 눈치를 살피더니

타이요의 어깨를 천천히 문지르며 타이르는 투로 말했다.

“……타이요 선생님도 먹고 싶었어? 그, 내가 나중에 쇼콜라비에서 똑같은 걸로 사다줄게. 응?”

그 말은 되레 역효과로 돌아와 결국 타이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타이요는 답지 않게 화가 잔뜩 난 얼굴을 하고서 사람들을 흘겼다. 분위기가 일순 차갑게 변했다.

타이요는 입술을 꾹꾹 물며 단호박 초콜릿 파이만 남은 상자를 꽉 닫아 제 가방에 넣었다.

“장미반 아이들 산책시키고 오겠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났으니까요.”

타이요는 사람들 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통보하듯 말하곤 교무실을 나섰다. 타이요가 나가고 거의 1분이 지나고 나서야

누군가 타이요 선생님, 화 많이 난 것 같지?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퍼지다 사라졌다. 

타이요는 어떻게든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 애쓰며 장미반으로 향했다. 반에 들어섰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을 했지만,

공원에 도착한 아이들이 저마다 놀잇감을 찾아 달려갔을 때는 다시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 말았다.

“코유루기 씨가 주신 건데…….”

타이요는 한숨을 푹 쉬고 벤치에 풀썩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저렇게나 맑은데 기분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한바탕 소낙비가 내릴 것 같았다. 그건 그냥 초콜릿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상자를 건네주며 웃는 소타의 얼굴이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이르는 나직한 목소리가 타이요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듯 울렸다. 타이요는 그 말을, 그 목소리를

몇 번이고 되새겼다. 단지 그 목소리를 떠올렸을 뿐인데 냉랭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타이요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좋아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기분이 나아지자 기운도 돌아왔다.

어느새 보육원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벤치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불러 모으려는데, 별안간 옆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이요 선생님, 얼굴이 빨개요!”

“아, 정말이다. 사과 껍질이랑 색이 똑같아.”

“아니야, 빨간 크레파스랑 더 똑같아.”

어느새 타이요를 둘러싼 아이들이 앞다투어 온갖 빨간 것을 외치기 시작했다. 타이요는 놀라서 손등으로 제 뺨을 짚어 보았다.

언제 열이 올랐는지 두 뺨이 뜨끈뜨끈했다. 타이요는 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히 허둥댔다. 다행히 아이들은 타이요의

얼굴이 붉어진 이유를 짓궂게 캐묻지 않았고,  타이요는 자신이 순수한 아이들과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감사를 느꼈다. 

산책을 나선 아이들이 전부 장미반 교실로 들어간 것을 제대로 확인한 타이요는 다시 제 뺨을 손등으로 짚어 보았다.

여전히 열감이 남아 손보다 뺨이 미세하게 더 따뜻했다. 풀썩 쓰러지듯 문가에 기댄 타이요가 제 뺨을 손등으로 느릿하게

문질렀다.그런다고 열감이 가실 리가 없는데, 더 붉어지고 더 뜨거워질 뿐인데도,

한참 손으로 뺨을 문지르던 타이요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말을 흘리듯 뱉었다.

“좋아해요, 코유루기 씨.”

 

할로윈데이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나서자, 계산대에 서 있던 올리비에가 쭈욱 기지개를 켜며 끝났다 하고 상쾌하게 외쳤다.

기념일을 맞아 종일 쉼없이 뛰어다닌 쇼콜라비의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피곤이 서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소타는 배시시 웃으며 직원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했고, 직원들은 무릎을 짚고 일어나며 소타를 따라 웃었다.

가게를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재고를 확인하던 소타가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타이요 씨가 늦네.

입속말을 중얼거린 소타는 다시 진열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초콜릿 개수를 꼼꼼하게 세어 손에 들린 공책에 남은 수량을 적었다. 소타의 손은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마츠리가 오빠 하고 소타를 불렀다. 벽에 기대어 멍하니 있던 소타가

파뜩 고개를 들어 마츠리를 보더니 먼저 가라며 말에 손짓을 덧붙였다. 마츠리는 입술을 약간 내밀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를 나섰다. 소타는 괜히 제 손을 문지르며 다시 시계를 바라보았다. 할로윈데이가 끝나고 11월이 찾아오려 하고 있는데,

타이요에게서는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 소타가 옷이라도 갈아입으려 벽에서 몸을 떼는 순간, 가게 문에 달린 풍경종이 울렸다.

활짝 열린 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소타의 눈동자에 숨을 밭게 몰아쉬는 타이요가 가득 담겼다. 타이요는 소타와 눈이

마주치자 세상 누구보다 말갛고 해사하게 웃었다. 소타의 시선이 타이요의 얼굴에 단단히 박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타이요는 이내 미안함이 서린 미소로 표정을 바꾸고 볼을 긁적이며 소타에게 다가갔다.

소타는 어깨를 움찔 떨며 얼어붙은 몸을 깨우더니 타이요에게 고갯짓으로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지금 입을 열면 자신도 모르게 좋아한다는 말이 튀어나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할로윈 행사 뒤처리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많이 늦었죠.”

“아니에요. 많이 안 기다렸어요.”

자연스럽게 내려가던 소타의 시선이 타이요의 앞치마에 달린 웃는 햇님 자수에서 멈췄다. 타이요의 시선도 소타를 따라

내려갔고, 타이요는 곧 자신이 옷도 갈아입지 않고 달려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이요는 짧게 경악했다가 길게 탄식하더니

곧 멋쩍게 웃었다. 타이요의 볼이 다시 불그스름한 빛깔을 띄었다.

“어, 얼른 와야 된다는 생각에. 옷은 좀 갈아입고 올 걸 그랬네요.”

“잘 어울려요, 타이요 씨랑.”

타이요는 여전히 머쓱한지 제 머리를 긁적이며 웃다가 진열장에 진열된 상품을 보고 나서야 생각이 난 건지

제 손을 모으고 아 하는 소리를 냈다.

“단호박 초콜릿 파이. 엄청 맛있었어요. 뭔가 엄청 달 줄 알았는데, 은은하게 단 맛이 나서 신기했고, 뭔가…….

이렇게 맛있는 파이 처음 먹어봐! 같은 기분이 돼서……. 엄청 맛있었는데 뭔가 표현을 못하겠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타이요 씨가 맛있게 드셨다니 기뻐요.

아……. 초콜릿은 어땠어요? 안에 든 쿠키 앤 크림 초콜릿에 신경을 좀 썼었는데.”

박쥐 초콜릿 이야기가 나오자 타이요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타이요가 굳은 얼굴을 하자 소타의 표정도 천천히 타이요와 같아졌다. 소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였다. 어디가 문제였지, 혹시 초콜릿이 녹아버렸나, 신경 썼으니 그럴 리는

없을 텐데, 그럼 맛 없었나? 타이요 씨 입맛에 안 맞았나봐.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이러려고 드린 게 아니었는데.

“그게……. 실은요, 코유루기 씨.”

“괘, 괜찮으니까……. 사실대로 말씀해주세요.”

소타는 긴장한 탓에 말까지 더듬었다. 타이요는 한참 주저하더니 쭈볏거리며 입을 열었다.

소타는 입술을 물고 있다가 마른 침을 삼켰다.

“못 먹었어요, 초콜릿. 빼앗겨서.”

“에?”

예상치 못한 말에 소타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타이요는 쭈볏쭈볏 소타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주고 가신 날 바로 점심 먹고 후식으로 먹으려고 했는데요! 다른 선생님들이 너는 파이도 있잖아! 하시면서…….”

타이요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타가 웃으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싫었던 게 아니구나. 다행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소타가 얼른 몸을 숙여 진열장을 열고 박쥐 초콜릿을 꺼냈다. 곧장 포장용 비닐으로 향하던 소타의 손이 멈추더니 작은 접시로 옮겨갔다.

접시 위에 초콜릿을 보기 좋게 올린 소타가 그 접시를 타이요에게 건넸다.

“괜찮으시면 지금 드셔보세요.”

“정말요? 아, 그치만……. 이거 상품이잖아요. 먹어도 되는 거예요?”

“괜찮아요, 드셔 보세요.”

타이요는 허리를 꾸벅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 소타가 건넨 접시를 받았다. 옷 좀 갈아입고 오겠다는 소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타이요가 소타의 옷을 훑어보았다. 일할 때는 저런 옷을 입는구나. 잘 어울린다. 멋있어. 소타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타이요가 웃음을 꾹 누르며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초콜릿을 씹자마자 안에서 쿠키 앤 크림 초콜릿이 흘러나와

입 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타이요는 눈을 크게 뜨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제자리에서 발까지 동동 굴렀다.

“맛있어……!”

초콜릿을 삼키자마자 말이 튀어나왔다. 타이요는 안 그래도 동그랗고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빈 접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맛있는 초콜릿은 타이요 인생에 처음이었다. 타이요는 진열장을 진지한 눈으로 살폈다. 이번 달 월급을 타면 아껴둔 돈

조금에 월급 조금을 보태 초콜릿을 살 심산이었다. 하지만 타이요는 곧, 초콜릿 앞에 붙은 가격표에 좌절하고 말았다.

못 사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초콜릿을 둘러보던 타이요가 딸기 초콜릿이 입혀진 하트 모양 초콜릿을 보더니

아, 이거 맛있겠다 하고 말을 흘렸다.

“이제 가요, 타이요 씨. 댁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머리 위에서 갑자기 들려온 소타의 말에 타이요가 몸을 확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타는 타이요의 시선이 한참 머물던 진열장을 흘끗 보았다. 타이요는 이미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딸랑, 풍경종이 흔들리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돌아가는 길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가로등이 제멋대로 깜빡이며 내는 틱틱거리는 소리 뿐이었다. 타이요와 소타는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어색하게 짧은 대화만 주고 받으며 걸었다. 소타가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할 때쯤 갑자기 골목 반대편에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와 타이요가 다급하게 소타를 잡아 끌었다. 오토바이는 쌩하니 지나갔지만 타이요의 손은 여전히 소타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소타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자 그제야 소타의 팔에서 타이요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소타는 천천히 떨어지는 타이요의 손을

보더니 잠시 눈치를 살폈다. 손 잡아도 되나. 소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 조금은. 조금은 가까워져도 되지 않을까.

아주 조금은. 소타는 손끝을 움찔거리다 실수인 척 손을 뻗어 타이요의 손을 건드렸다. 타이요는 일순 놀라서는 손을 살짝 뒤로 뺐다가, 다시 천천히 떨어뜨렸다. 손등이 맞닿자 소타가 타이요의 손을 가만 감쌌다. 타이요는 소타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타이요는 사랑이 낯설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말로 표현하려니 서투르기 그지없고 행동으로 해보려니

어색하기만 했다.그러니 소타에게는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웃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나 서투른 타이요와 다르게 소타는 너무

갑자기, 거부할 수도 없이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타이요는 남은 손으로 또 제 왼쪽 가슴 언저리를 문질러 보았다. 심장이 여느 때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있었다. 타이요는 고개를 들어 소타의 옆얼굴을 보았다. 소타의 뺨은 은은한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타이요는 저도 모르게 맞잡은 손을 확 끌어당겼다. 사과 껍질 색을 닮기도 했으며 붉은 크레파스의 색을 닮기도 한 소타의 뺨을 보고서, 타이요는 딱 한 마디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코유루기 씨, 저를 좋아하세요? 절대 타이요의 입 밖으로 빚어질 리 없는

문장이, 타이요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소타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타이요 쪽으로 쏟아졌다. 다행히 벽을 짚어 넘어지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소타가 타이요를 벽 쪽으로 밀어 팔로 가둔 꼴이 되고 말았다. 소타도, 타이요도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심장은 너무 빨리 뛰어 상대에게 들릴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소타는 떨리는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타이요 씨?”

소타의 부름에 파뜩 정신이 든 타이요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타이요 자신도 왜 자신이 소타를 잡아당겼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타이요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손까지 휘적이며 둘러댔다.

“그…… 하, 할로윈이잖아요. 할로윈이니까. 할로윈 장난이었어요. 트릭 오어 트릿.”

“하지만 저는 파이 드렸잖아요?”

긴장감을 깨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소타 나름의 장난기 다분한 대답이었으나 변명이 정통으로 막히고 만 타이요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트릭 오어 트릿은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친다는 뜻이지 과자를 줬으니까 장난친다든가 과자를 주면

장난칠 거라는 뜻이 아닌 건 타이요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타이요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버릇처럼 배시시 웃으며 제 뺨을 손으로 긁적였다.

“그, 그럼. 과자 줬으니까 장난친 걸로 해요.”

타이요는 여전히 당황이 잔뜩 서린 얼굴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차마 소타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타는 어쩔 줄 모르고 눈을 굴려대는 타이요를 한참 바라보더니 소리 없이 웃었다.

소타를 감싸고 있던 당혹과 당황이 한 번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소타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 타이요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소타의 긴 속눈썹이 긴장 때문에 파르르 떨렸다.

얼핏, 소타의 머릿속에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키스해도 되나?

그 문장의 꼬리를 물고 다른 문장이 따라붙었다.

……과자 안 받았으니, 장난 쳐도, 되겠지?

[사랑법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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